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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목 “더 채우려 경쟁하지 말고 더 도우려고 경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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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채우려 경쟁하지 말고 더 도우려고 경쟁해야”

류시문 한국사회복지사협회장
기사입력 2014.10.0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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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갖고 있는 무언가를 나누는 것. 말만큼 쉽지는 않다. 그러나 이 나눔운동의 확산이 사회통합으로 연결될 수 있고 사회분열을 치유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도 나눔문화 확산 대책을 올 한해 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정책브리핑은 어떻게 나눔에 쉽게 동참할 수 있는지 각 나눔 분야별로 대표사례자를 발굴, 나눔의 의미와 방법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지독하게 가난했다. 가난 때문에 일곱 살에 사고로 다친 다리는 제 때 치료하지 못해 성장이 멈췄다. 길이가 다른 두 다리는 평생 절뚝거리는 상처로 남았고 영양실조로 오른쪽 고막도 잃었다.


두 살 아래 동생은 자신에게 학업을 양보하고 농사를 짓다 큰 교통사고를 겪어 반신불수가 됐다. 47년째 병상에 누워있다.


류시문(67) 한국사회복지사협회장의 얘기다. 이처럼 가난과 장애의 이중고를 안고 살아온 류 회장이 이제는 대한민국의 대표 나눔 아이콘이라 해도 손색없을 사람이 됐다.


“제가 얼마를 기부했는지는 저도 정확히 잘 모릅니다. 언론에서 지금껏 기부한 게 30억 정도라고 하니 그렇구나 하는 거죠.” 머쓱해하는 류 회장.


그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2007년 12월 설립한 개인 고액기부자 클럽인 아너 소사이어티의 국내 두 번째 회원이다.


“어린시절, 설움이 폭발해 뛰쳐올라간 동네 뒷산에서 무지개를 보며 다짐했죠. 내가 크면 반드시 도움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주는 사람이 되겠노라고요.”


여러번의 고비를 겪으면서도 학업을 계속 이어간 그는 정말 유년기 시절의 다짐처럼 가진 것을 나누기 시작했다.


“기부라고 생각하면서 행동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냥 제가 가진 것들을 나눴을 뿐이에요”


적은 돈이라도 생기면 어려운 이웃들에게 덥석 내놓았던 류 회장은 마흔이 넘어 건축물안전진단 전문업체인 (주)한맥도시개발을 창업하면서부터는 해마다 통 큰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가난과 장애 딛고 우리 사회 대표 나눔 아이콘이 되다


지난 2007년부터는 한맥사회복지사대상을 제정해 매년 4개 부문에 2000만원의 상금을 수여하고 있고 한국메세나협의회 육성 펀드 정회원으로 중소기업과 예술단체 매칭펀드에 매년 2000만원을 지원한다.


2011년부터는 사회적 기업 근로자의 중·고등학생 자녀들에게 착한장학금도 수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후 유산을 사회에 모두 환원하겠다는 유산 기부 서약도 했다.


“한 삼십년 쯤 전이었을 거예요. 시골에 계신 어머니께서 장가갈 밑천이라며 농사지어 모은 돈 200만원을 주시더라고요. 그 돈을 들고 길을 걷는데 한 노숙인이 눈 앞의 우유를 보고도 침만 삼킬 뿐 절대 탐하지 않는 모습에서 절제하는 양심을 느꼈습니다. 그 사람에게 제 장가갈 밑천을 고스란히 쥐어줬어요.”


류 회장은 차마 어머니에게 말하지 못한 비밀을 위해 200만원을 채우고자 더 부지런해졌다고 얘기했다. “그 돈을 메꾸기 위해 닥치는 대로 밤낮없이 일을 하다보니 지금도 그때의 습관처럼 새벽 3시면 눈이 저절로 떠져요.”


류 회장은 나눔을 실천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로 부지런함을 꼽았다. 다른 사람보다 일찍 일어나고, 많은 계획을 세워 부지런히 움직였다. “장애라는 객관적 사실 앞에 비굴하거나 수혜를 받으려고 하지 않고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달려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살아왔어요”


부지런함과 근검절약이 나눔 실천할 수 있었던 비결


또 하나 그의 나눔실천 비법은 근검절약이었다. 류 회장의 집에는 아직도 벌겋게 녹슨 냉장고가 돌아가고 있다. 그의 아내가 좀 바꾸자고 하는데도 모터는 이상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며 거부했다고 한다. 허허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다른 아내들처럼 예쁜 옷도 한 벌 못 사주고 좋은 곳 여행도 못 시켜준 아내에게는 미안한 점이 많다는 류 회장이다.


또 아들인 원정씨에게는 고등학교때까지 하루에 용돈으로 300원을 준 짠돌이 아버지이기도 했다. “아버지, 이것도 돈입니까?”라며 반항했던 아들이 지금은 류 회장의 뒤를 이어 사회복지 전문가의 꿈을 키우고 있다.


류시문 회장 부자는 아너소사이어티 최초의 부자회원이기도 하다. 재산 상속에 뜻이 없는 류 회장을 보고 2011년 류 회장의 어머니가 평생 폐지를 팔아 모은 돈 1억원을 손자인 원정씨에게 줬는데 이를 물려받은 원정씨도 전액 기부하면서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된 것이다.


이처럼 나눔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류시문 회장은 지난 3월 제19대 한국사회복지사협회장에 당선됐다. 이는 한국사회복지사협회 47년 역사상 최초로 치른 회원 직접선거제도였다.


요즘 류 회장은 바쁘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장으로 복지사각지대 해소의 최일선에 있는 사회복지사들을 만나러 전국을 순회 중이다.


기부는 돈 벌어서 하는 게 아니라 부족한 가운데서 실천하는 것


“나눔은 서로의 긴장을 해소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 사회는 서로가 더 채우려고 경쟁하는데 사실은 더 도우려고 경쟁해야 해요. 이웃의 가난을 보고 인색하지 않은 사람이 현대판 부자라고 생각합니다.”


류 회장은 기부에 대한 나름의 철학도 밝혔다.


“기부는 더 가진 자, 더 행복한 사람이 더 가난한 자가 겪고 있는 아픔을 나눠 가지는 것이죠. 기부는 돈 벌어서 하는 게 아니라 부족한 가운데서 실천하는 것입니다.”


류시문 회장은 내가 좀 더 먹고 살만하면, 집 한 채만 장만하고 나서 기부하겠다고 하면 아마 죽을 때까지 기부하지 못할 것이라며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아울러 류 회장은 생활의 눈을 낮추면 기부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실 나눔은 남들 모르게 할 때 비로소 진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거지요. 제가 이렇게 나서는 것은 저 같은 가난과 장애를 가진 사람도 나누며 살 수 있다는 얘기를 통해 다른 일반국민들이 나눔에 좀 더 쉽게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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