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혈관질환만을 대상으로 한 결과가 이 정도이니, 흡연이 유발하는 암과 같은 다른 질병을 같이 고려하면 흡연의 폐해는 더욱 심각할 것이다. 흡연은 개인과 가정뿐 아니라 국가에도 심각한 폐해를 유발한다. 흡연에 기인한 질병으로 조기사망하게 되어 발생하는 인적자원 손실이 2007년 한 해에 약 3조 5천억원에 달했으며,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 중 6%가 넘게 흡연으로 인한 질병을 치료하는 데 쓰이고 있으며 이 비중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성인 남성 흡연률은 약 48%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한편, 우리 아이들은 어떨까? 공식적으로 발표된 흡연률 통계를 기초로 저자가 추정한 바로는 중고등학생 약 30만명 정도가 흡연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데, 실제 흡연 중고등학생은 이 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미래 세대인 청소년들의 상당수가 흡연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흡연의 폐해를 감소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하여 노력하고 있다. 금연구역의 확대와 담배갑에 경고그림 삽입을 위한 노력 등이 그 예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매우 소극적으로 임하는 정책이 있다. 바로 가격정책이다.
담배소비를 감소하게 하는 방안 중 가장 비용-효과적인 정책이 가격정책이라는 것은 이미 다수의 연구결과에서 제시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담배가격을 10% 인상하였을 경우, 담배의 소비량은 3.6% 감소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배가격이 인상되면 물가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그리고 저소득층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이유로 담배 가격은 2004년 이후 인상되지 않고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가격정책의 부재로 우리나라 담배가격은 세계에서 78번째에 위치해 있는데, 우리나라 소득수준이나 흡연률 등 여러 사항을 고려해 봤을 때 지나치게 낮은 수준인 것은 분명하다.
유럽의 경우 규약을 맺고 담배관련 세금이 통상적으로 1년마다 상향조정하도록 되어 있다. 그 곳에서도 물가와 저소득층을 생각 안하는 것이 아닐진대 담배 가격정책은 우리나라와는 아주 다른 방향으로 임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담배에 조세를 부과하는 정책의 현저한 시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유럽이나 선진국에서는 국민 건강과 공중보건의 차원에서 담배의 효과적인 관리를 위하여 적극적인 담배가격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담배와 술에 부과하는 조세결정 책임을 재정부에서 보건부로 이관하도록 하였다. 이는 건강위해품목인 담배와 주류의 가격과 조세 정책을 공공보건정책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2003년에 프랑스에서는 담배가격이 40% 인상되었고, 담배판매는 33.5% 감소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담배가격이 인상되면 물가와 저소득층에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담배를 우리 생활의 필수재로 포함하여 물가지수에 반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흡연으로 인한 저소득층의 건강악화와 흡연관련 질병 비용의 역진성이 더욱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담배가격 인상으로 인한 혜택이 흡연자와 저소득층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조성된 재원을 건강증진기금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한편, 담배가격 인상을 통해 조성되는 건강증진 기금을 소기의 목적에 부합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민건강증진법에 기금의 용도와 액수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국민의 예방 및 건강증진을 위해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국민의 건강증진 정책이 보다 광범위하고 효과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관련된 부처들과 보건의료관련 명망가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민건강증진정책심의위윈회를 구성하여 국가 아젠다로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민의 건강증진은 건강수명의 향상 뿐 아니라 개인 및 가정, 국가 발전의 초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