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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목 간호사 40.9% ‘태움’ 경험…피해자 보호·구제수단 마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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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40.9% ‘태움’ 경험…피해자 보호·구제수단 마련 필요

의료기관이 신규 간호사의 별도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 마련해 기존 간호사의 업무 부담 줄여야
기사입력 2019.01.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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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己亥年 신년특집] ④간호사의 가혹한 노동환경이 태움 문화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

태움 근절 배지.jpg▲ 한 병원에서 선배 간호사가 후배 간호사에게 태움 문화 근절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사진 제공=동남권원자력의학원>
 
[아이팜뉴스] “한숨 쉬고 비속어를 속삭이듯이…책상 쾅쾅 내리치면서 (일을) 잘 몰라 잠깐 멈추면 정말 사람 죽일 듯이 노려봐요.”(A 피해 간호사)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요. 군대 문화처럼 오래 근무한 사람이 분위기를 주도하기 때문에 영혼을 갉아먹는 느낌이랄까요.”(B 피해 간호사)

새해 벽두부터 서울의 간호사와 전북 익산의 간호조무사 실습생이 연이어 세상을 등졌다. 모두 동료 간호사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유서를 남겼는데, 간호사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직장 내 괴롭힘인 이른바 ‘태움’ 때문이다.

태움이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인데, 주로 대형 병원에서 선배 간호사가 후배 간호사를 교육한다는 명목으로 정신적·육체적으로 괴롭히는 경우를 지칭한다.

태움 문화는 간호사 개인에게 신체적·심리적 고통을 초래하는 심각한 인권침해로, 한국에서는 2000년대 이후 태움 문화로 인한 가혹 행위 등이 수차례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태움 문화의 원인으로 권위적인 위계 문화와 함께 열악한 노동환경이 지목되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전반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일정 기간 개인이나 집단이 지속적·반복적으로 특정 개인을 괴롭히고, 사회적으로 배제하거나 개인 업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행동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7년 발표한 실태조사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을 ‘직장 내에서 노동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침해해 노동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위’로 정의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지속적으로 경험한 사람들은 두통이나 소화불량 등의 신체적 불편과 우울, 불안, 소진, 자살 충동 등의 심리적 문제, 업무 배제와 대인관계 문제 등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피해를 받는다. 피해 경험으로 인한 이런 문제들은 결근이나 이직 증가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조직의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불건강한 조직문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인권위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에서의 위계에 기초해 발생하며, 직접적인 괴롭힘이 아닌 방관하는 등의 소극적 행동으로도 성립할 수 있다. 특히 조직 내에서 발생한다는 특성상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이고, 지속해서 일어나며, 시간이 지날수록 괴롭히는 양상이 발전된다는 점에서 피해가 심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상대적으로 권력이 약한 사람에게 행해지는 만큼 피해자가 오히려 보복을 받는 등의 2차 피해를 보는 경우도 많아 피해자 보호와 구제수단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태움 문화의 원인으로는 권위적인 위계 문화와 성과 중심적 분위기, 책임의 모호함 등을 특징으로 하는 불안정한 조직체계와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 직장 내 노동자 간 권력 불균형 등이 꼽힌다.

대개 가해자는 업무와 관련해 스트레스 수준이 높거나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경우가 많았으며, 피해자는 나이가 어리거나 재직기간이 짧은 신입으로 업무 미숙함과 개인적 성격이 복합적으로 얽혀 취약하고 불안정한 상황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간호사의 가혹한 노동환경은 태움 문화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2014년 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1000명당 간호사 수는 5.6명으로 OECD 평균(8.3명)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11.0명), 미국(11.2명)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에 해당한다. 간호사 1명이 약 178명의 환자를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인력 부족으로 인한 노동강도는 간호사의 노동환경을 악화시키고, 결과적으로 태움 문화가 지속되게 만드는 원인으로 여겨진다. 한국의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법정 근로시간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이다. 단, 의료업은 특례 사업장으로 1주 52시간 초과 근로시간을 허용하고 있다.

OECD Data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의 인구 1000명당 간호사 수는 5.6명으로 나타났다. 간호사 한 사람이 약 178명의 환자를 담당하는 셈이다. 일본(11.0명), 미국(11.2명)과 비교하면 2배 정도 많다.

한 연구(강지연·윤선영, 2016년)에서는 태움 문화를 ‘갈굼이 되어버린 가르침’이라고 설명했다. 과중한 업무를 맡은 상황에서 후배가 제대로 하지 못한 업무까지 도와줘야 하다 보니 가르침이 괴롭힘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태움 문화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이 신규 간호사에 대한 별도의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마련해 기존 간호사의 업무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한 경직적이고 위계적인 조직 문화를 관계 지향적 문화로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상당수 간호사가 직장 내 괴롭힘과 과도한 업무로 인한 인권침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간호협회가 보건복지부와 함께 2017년 12월 28일부터 진행한 ‘간호사 인권침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간호사 7275명 중 근로기준법상 근로조건 관련 내용 위반에 따른 인권침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69.5%에 이르렀다. 구체적인 내용면에서는 강제 연장근로, 연장근로에 대한 시간 외 근로수당 미지급, 연차 유급휴가 제한 등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설문에서 지난 12개월 동안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한 적 있다는 사람은 40.9%로 나타났다. 간호사 10명 중 4명가량이 태움 피해를 경험한 셈이다. 가해자는 직속상관인 간호사나 프리셉터가 30.2%, 동료 간호사 27.1%, 간호부서장 13.3%, 의사 8.3% 등이다.

구체적인 괴롭힘 사례로는 고함을 치거나 폭언하는 경우, 험담이나 안 좋은 소문, 일과 관련해 굴욕이나 비웃음거리가 되는 경우 등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12개월간 직장 내에서 성희롱이나 성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도 전체의 18.9%에 이르렀다. 가해자는 상당수가 환자(59.1%)였으며, 의사(21.9%), 환자의 보호자(5.9%) 순이었다.

괴로움을 버티지 못해 병원을 그만두는 일도 허다하다. 신규 간호사의 38%가 해마다 직장을 떠난다. 간호 면허를 가진 37만명 가운데 절반가량인 18만명만 의료현장에 남아있다.

이런 가운데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서는 지난해 5월부터 간호사 태움 문화를 근절하고, 보다 긍정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배지를 제작해 패용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배지에는 상호존중, 인격모독 금지, 반말 금지, 폭언 금지, 욕설 금지, 귀한 자식, 태움 근절 등 7가지 문구가 새겨져 있다.

병원 측은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관습을 없애고자 엄격한 내부성찰의 의미를 담아 배지를 제작해 배포한 것”이라며 “배지 패용 후 간호부 뿐 아니라 다른 직종 간에도 상호존중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됐으며, 환자와 보호자들도 관심을 가지고 동조하는 효과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신규 간호사나 연차가 낮은 간호사들의 경우 존중받으며 업무를 익히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어 향후 이직률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권해경 간호부장은 “생명을 다루는 현장에서 환자의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간호사들의 고충은 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까지의 실상이었다”며 “훌륭한 간호란 행복한 간호사로부터 나온다는 점을 잊지 말고, 조직 차원에서 간호사를 보호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배지 패용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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